2019-11-25

121217_[컬럼] “원하면 노력하고 바라면 꿈을 꿔라”-(2/2)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필자는 “내가 이것도 해내지 못한다면 과연 앞으로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오기와 자신감이 생겼다. 또한 오랫동안 세계의 불모지들에서 건설을 하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가장 어려운 역경을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상대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북돋아주기 그리고 칭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실천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혹한의 불모지에 떨어져 정치적 문제와 타 업체들과의 관계를 극복하고 영하 45~60도의 혹한의 날씨 속에서 현지 로컬 업체와 함께 새벽 4~5시까지 발전기를 돌려 별 탈 없이 프로젝트를 마쳤다. 필자를 믿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혹한의 땅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네트워크 엔지니어로의 전향
필자는 어렸을 적부터 네트워커의 꿈을 항상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니 하드웨어가 아쉽고 하드웨어를 하다 보니 시스템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시스템을 다루다보니 보안 쪽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보안을 하다 보니 또 네트워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한 분야만 파야 하는데 이놈의 호기심이라는 녀석이 필자를 가만두지 않았다. 

‘이것저것 할 줄 안다는 것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 뜻’이라고들 하는데 필자에게는 저런 경험들이 업무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어쨌든 필자가 네트워크 엔지니어로서 길을 선택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대학교 시절 배웠던 Cisco 과정과 외국에서의 프로젝트 경험이었다. 그곳의 엔지니어들의 대인관계, 스케일, 대우나 보상을 보고나니 네트워크 파트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우선 뭔가 들고 다니고 설치하고 몸으로 하는 부분이 적성에 맞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기본 바탕에는 알고리즘이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전산직이라고 하면 물과 같은 존재라고 하지 않는가.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으면 아쉬운 존재라는 것! 개발자나 시스템 엔지니어, 네트워크 엔지니어의 공통점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각자 나름대로의 작품을 만들며 이중 어느 하나라도 빠진다면 IT는 구성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IT에 대한 비판
처음 IT를 접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돈을 벌기 위해서보다는 그저 좋아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면 무언가를 이뤄내는 그런 쾌감이 주가 된다. 이 쾌감은 독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후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IT를 하겠다는 사람이 돈부터 생각하면 그 사람은 IT적으로 이미 끝난 사람이라고. IT는 작품이라는 개똥철학을 가지고 살던 필자였던지라 IT를 돈과 비교하는 사람은 IT인의 자질이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못박아 뒀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니. 엔지니어로서 대우 받고 엔지니어답게 살고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게 참된 엔지니어의 삶이었다. 물론 여기에 적절한 보상과 대우가 따라야 하지만 말이다. 외국 근무 당시 친하게 지냈던 러시아인 동료가 있었다. 그 친구는 한국에서 약 5년 정도 공부해 어느 정도 한국어를 할 수 있었다. 한번은 그 친구와 한국에 있으면서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한국이 “너무 삭막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 말이 전혀 와 닿지 않았다. 아니 한국처럼 느긋하고 평화스러운 나라가 어디 있는가? 필자는 그 친구의 말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 동안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한국이 삭막하다고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국 근무를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 국내에서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스스로가 적응을 못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가만보니 한국 IT 업계 엔지니어의 대부분이 상대방을 짓눌러야만 내 자신이 살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남에게 빼앗기지 말아야겠다 등으로 생각하며 지나친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자신을 돌아보니 필자 또한 그런 삭막함이 상식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기술이 없으면 함께 밥도 먹지 않고 상대방을 은근히 무시했던 필자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것이 엔지니어 스스로가 자멸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을 잘 알게 됐다. 

물론 한국 IT의 열악한 업무 환경과 능력에 따르지 못하는 보상 체계 등이 원인이 된다고 본다. 반대로 기업은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즉 기업은 인재를 키우려 하지 않고 완성된 인재를 저렴한 비용으로 찾아 쓰려고만 하고 있다. 또한 채용 후에도 조금 뒤처지는 사람이 있으면 같은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도 서로 짓밟고 그 사람이 견딜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이게 바로 우리 IT 업계의 현실이다. 엔지니어가 대우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무시하는, 엔지니어 스스로 자멸을 앞당기는 환경이 됐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필자가 경험했던 외국 엔지니어들의 공통점은 첫째,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일을 즐기며 생활하는 것과 둘째, 자신감들이 대단하며, 셋째로 자신의 직업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엔지니어라는 명함만 있다면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뛰어난 상사는 바보도 천재로 만들고 못난 상사는 천재도 바보로 만든다
참 가슴에 와 닿는 말 중에 하나다. 필자 또한 아랫사람과 업무를 볼 때 내 스스로가 천재를 바보로 만들고 있지 않은지 고민할 때가 있다. 사실 개개인은 누구나 다 능력이 뛰어나다. 다만 노력을 하는가와 하지 않는가의 차이와 주어진 업무를 즐기는가와 즐기지 않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관리직에서 아랫사람을 호통으로 꾸짖는 것이 직장 상사로서의 역할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잘못을 했을 때 꾸짖고 고치도록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꾸짖을 줄만 알지 칭찬을 아끼는 상사들이 종종 있는데,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이 매사 부정적이거나 지금까지 그런 상사 밑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똑같이 배운 사람들이다. 사실 그래야 자신의 일이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필자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꾸짖는 것을 아끼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업무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부탁이 돼 있었다. 이를 위에서나 아래에서 볼 때 우스운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고 제대로 사회생활을 못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얻게 된 것이 있다면 바로 부하 직원들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KOICA ICT 해외 산업연수생들과 함께] 

꾸짖는 것보다 가급적이면 칭찬하고 그 사람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술의 방향을 제시하며 엔지니어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스스로 실력을 향상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상대를 믿어주는 마음으로 직원을 대했다. 과거 혹한의 땅에서 나에게 믿음을 보여줬던 그들처럼 말이다. 
줄이며
이 분야에 입문하려는 엔지니어들이나 미래를 걱정하는 엔지니어들은 흔히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조건에서 즐기며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필자는 그 답을 영어를 비롯한 어학 능력과 학문적 뒷받침에서 찾고 싶다. 
지금은 기술만 가지고 인정받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엔지니어로서 진정 성공하고자하는 사람이라면 외국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도 추천하고 싶다. 대부분의 IT 기술이 영어권 문화에서 나와 주도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영어를 가까이 해야 한다. 

일전에 멘토링을 진행할 때, 후배들에게 멘토링이 끝나고 가장 많이들은 이야기는 ‘저는 학벌이 안 되서, 영어가 안 되서 힘들 것 같아요’였다. 사실 이 말은 자신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단지 하기 싫어서 지레 포기한 것일 뿐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사람은 누구나 다 뛰어나다. 다만 노력을 하지 않을 뿐이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는 글로벌 시대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더 많다. 부러우면 부러운 사람이 되면 된다. 필자가 지금도 잊어버리지 않고자 하는 것은 ‘꿈을 꾸는 자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진리와 ‘가장 어려운 것을 극복했을 때 그 열매는 달고 오래 간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멘토링 진행 중에 한 교수님이 해준 말씀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성공이란 자신의 일을 하면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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