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7

160519_결승선 통과 후 사라진 육상 여제…뭉클한 '종이 한 장'



결승선 통과 후 사라진 육상 여제…뭉클한 '종이 한 장'


권영인 기자 

입력 : 2016.05.18 















감사합니다. 
계속 다려주셔서....

지난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200m 결승 경기 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한 선수가
갑자기 경기장에서 사라집니다.

잠시 후
그녀가 다시 경기장에 나타났습니다.

가냘픈 그녀의 손은
무언가를 쥐고 있었습니다.
그건 다른 아닌 한자의 '편지지.'

'저를 위해 응원해주신
가족들과 같이 고생한 선수들,
친구들에게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더욱 더욱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서울 장애인육상연맹에게도
따뜻한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못생긴 전민재 선수가.'

-편지 내용中-


꼬깃꼬깃한 종이, 조금은 앳된 글씨,
그러나 겸손하고 사려 깊은 내용.

이편지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육상 여제 39살 전민재 선수입니다.

뇌성마비 장애를 앓고 있어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인터뷰를 대신해
심지어 불편한 손 대신 발로
정성스러운 편지를 쓴 겁니다.

5살 때 그녀는 뇌염을 앓운 뒤
뇌성마비 장애 1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다 말할 정도로
힘든 사춘기를 보냈지만
육상을 만나고 그녀의 인생은 달라졌습니다.

뇌성마비 장애와 149cm의 작은 키,
그리고 26살이란 선수로선
늦은 나이에 시작한 육상이었지만
그 무엇도 그녀를 막진 못 했습니다.

2004년(데뷔 1년만::)전국체전 3관왕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200m 4위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100m,200m 은메달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 100m,200m 은메달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100m,200m 금메달
2015년까지 전국체전 12년 연속3관왕

그녀는 사람들의 걱정에
화려한 성적으로 화답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전민재 선수는
올해 9월에 있을 리우 장애인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스브스뉴스가 저녁 훈련을 마친 그녀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말보단 글이 조금 더 편한 그녀라 문자로 대화했고,
피곤하실까봐 많이 여쭙진 못 했습니다.
하지만 답 하나하나에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스브스뉴스:
안녕하세요 민재 선수~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전민재선수:
요즘 이천훈련원에서 훈련받고 있어요.
일주일에 6일, 하루에 5시간 반 동안 훈련해요.
그냥 운동 밖에 안 해요.
그리고 운동 밖에 할 게 없어요 여기는요 ㅎㅎ

스브스뉴스:
힘들거나 떨리지는 않으세요?

전민재선수:
체력적으로는 안 힘들어요.
저는 한버도 안 다쳤는걸요?^^

사람들이 기대 많이 해서 부담되긴 해요.
엄청나게 많이요.
하지만 열심히 하니까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스브스뉴스:
주위분들이 응원 많이 해주시죠?

전민재선수:
네, 특히 우리 부모님이 응원 많이 해줘요.
걱정도 많이 하세요...밥은 잘 먹고 있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걱정 또 걱정하세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운동하니까
부모님도 좋아하세요!

스브스뉴스:
마지막으로(식상한 질문이지만^^)
선수님에게 달리기날!?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거??

전민재선수:
저에게 달리기는 '행복'이에요.
그리고 육상 때문에 전민재를 알아주셔서 고마워요~
리우 올림픽에서 꼭 메달 따서 활짝 웃고 싶어요.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편한 몸을 가졌음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는
전민재 선수.

하지만 오히려 그녀는 우리에게
알아줘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아뇨, 우리가 고맙습니다.

기획/권영인
구성/김여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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