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1

180111_50% 가격 할인의 비밀

* 요즘 읽고 있는 책입니다. 

첫장부터 저에게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50% 가격 할인의 비밀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휴대폰이 울린다. 꼼짝도 하기 싫다. 격렬히 꼼짝하기 싫다. 도대체 몇 시야? 고개만 살짝 돌려 짝눈으로 휴대폰을 흘겨본다. 1시 15분. 이런 제길. 언놈이야! 두 눈으로 초점을 맞춘다. 어라? 후배 녀석인데.... 

이만하면 끊을 만도 한데.... 100g이 조금 넘는 이 녀석을 귀까지 옮기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형님. 통화 괜찮으세요?” 평상시 같으면 죄송하다며 말을 꺼냈을 녀석인데 이상하다. 순간적으로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목소리를 타고 넘어온다. 

“이제 끝났어요. 며칠 전 생긴 김밥집이 영 걸리네요." 

전화를 건 후배는 대치동에서 꽤 이름을 날리고 있는 김밥집 사장이다. 착한 재료와 다년간의 손맛으로 단시간에 학원가를 휘어잡았다. 그에게 적이 생긴 거다. 바로 옆에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가 매장을 열었단다. 

‘아ㅡ 이러다가는 오래 못가지.’ 

자유경쟁 시대니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단 최소한 이런 마음은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 ‘시장은 어차피 나누이 먹는거고 내가 들어가면 최소한 30?40%는 뺏어오지 않겠어?’ 맞는 소리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는 제로섬이다. 흥하는 자가 있으면 딱 그만큼 패하는 자가 있기 마련. 그래서 기존 브랜드는 수성 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고 신규 브랜드는 그걸 빼앗아 먹으려 목숨을 건다. 조금이라도 돈이 벌린다 싶으면 한 달 굶은 하이에나마냥 덤벼든다. 

"얼마나 화가 나던지 50% 할인 시작했이요. 사흘 전부터 개시했는데 손님이 쓰나미처럼 몰려와요. 하루 종일 김밥 싸느라 손목이 빠질 지경이에요.”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감정을 잃을 녀석이 아닌데 꽤 부아가 치민 모양이다. 난 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단어 하나하나 분석에 들어갔다. 

첫째. 감정이 격앙된 상태다. 악수를 두기 쉽다. 세심히 관찰하고 치밀하게 분석할 겨를이 없다. 밥장사는 오로지 식재료와 고객에 집중해야 하는데 지금은 경쟁 브랜드만 보일 것이다. 접객을 하는 중에도, 긴밥을 싸는 와중에도 시선은 자꾸만 옆집으로 쏠린다. 단골이었던 고객이 옆집으로 들어가면 심한 배신감까지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객에게는 선택할 권리가 있지 않은가. 쥐가 나겠지만 머리를 굴려야 한다. 

둘째. 50% 할인이다. 반값! 세다. 20~30% 정도로는 기를 죽일 수 없겠다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반값 할인을 설계했겠지. 3,500원에 먹던 프리미엄 김밥을 1,750원에 먹을 수 있다면 나라도 당장 택시를 타겠다. 고객의 심리는 그런 거다. 이런 조건이면 평상시보다 주문량이 늘게 마련이다. 2인분 살 거 3인분 요구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고객은 신이 난다. 그 비싸고 맛난 김밥을 반값에 먹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업주 입장에서는 노마진에 피로만 쌓인다. 지치기 십상이다. 

셋째. 고객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어라. 후배의 매장은 작은데. 그럼 동선이고 뭐고 다 꼬여버려 컴플레인으로 이어질 텐데 … . 안 봐도 그림이 그려진다. 아차! 한겨울이지. 밖에서 대기하는 줄이 보통이 아닐 거다. 기다리다 먹는 밥이 맛있다고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짜증이 난다. 그것도 눈이 쌓인 겨울 한복판이라면 말해 무엇하랴. 반값에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기다릴 때 가장 필요한 게 뭘까? 응급처치가 필요했다. 

“너 오픈하고 지금까지 김밥 얼마나 팔았니?” 

"글쎄요…." 

정적이 흐른다. 계산 중인 모양이다. 

"하루에 평균 500인분 잡으면 석 달 좀 넘었으니까...." 

"메모 가능하니? 피곤하더라도 내일 일어 나자마자 디자인 사무실로 가. 그리고 내가 일러 주는 대로 맡겨.” 
 

흥하는 자가 있으면 패하는 자가 생기기 마련.
한 글자라도 더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자가 승자가 된다. 

50,000인분 판매기념

168시간 감사이벤트

50% 할인! 


신메뉴 개발도 마찬가지지만 이벤트도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냥 아무 때나 마구잡이로 덤벼서는 승산이 없다. 아니 귀신 같이 약아진 소비자들에게 무시당하기 쉽다. 일반적으로 반값 세일을 하면 고객들은 딱 두 가지만 생각한다. ‘유통기한이 다 되었나?’ 아니면 ‘제품에 하자가 있나?’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도 아닌데 아무 이유 없이 반올 깎아주겠냐 말이다. 좀 더 셈이 빠른 고객은 이리 생각한다. ‘50%에 팔아도 남는 게 있겠지.’ 이쯤 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래서 고객도 행복해지고 업주도 속내를 들키지 않을 묘수가 필요하다. 이게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다. 한 줄 한 줄 복기해보자. 
1. 50,000인분 판매 기념
홈쇼핑에서 물건을 파는 쇼 호스트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강조하는 포인트가 누적 판매량이다. ???인분 돌파, 000000세트 기록 경신…. 하도 들어 국민 모두가 익숙하다. 설득은 익숙함에서 출발하는 거다. ‘50,000인분.’ 그렇겠네. 이 집 소문난 집이잖아. 민사고. 외고 엄마들이 사 먹인다는 그 김밥 아냐. 매스컴에도 여러 차례 나왔고 애들 줄 서서 사 먹던데 그 정도는 팔렸겠다. 나도 몇 번 사 먹었는데 그럼 기록 달성에 일 조를 한 셈이니 자격이 있어. 반값에 잔칫상 받을 자격이 있단 말이야. 암튼 잘되는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까. 고객 스스로 구매를 위한 당위성을 부여한다. 
2. 168시간 감사이벤트
11월 24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 한정이라 했다. 7일이면 긴 시간이다. 헌데 달랑 일주일이라고 적으면 큰 감흥이 없다. 물리적으로는 같은 시간이지만 소비자들은 구체적인 시간을 원한다. 그래서 168시간이라 적으라 했다. 인간은 숫자에 약하다. 이걸 이용하고 싶었다. 어떤가? 일주일 세일과 168시간 세일. 시간 단위가 작아지면 예비 고객은 쫓긴다. 오늘이 26일이니 한 나흘 남았나? 여유롭게 생각하던 이들도 96시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면 (시간으로 재촉함)조급해진다. 마케팅 선수들은 이런 디테일을 빼놓지 않는다. 

전화를 끊으며 당부했다. 

"줄이 길면 손님들 힘들어. 의자랑 보온통 준비해. 그냥 녹차 말고 옥수수차나 둥굴레차면 좋겠어. 화이팅. 지치면 끝장이다!” 

새로 론칭한 분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이 50,000 인분 감사이벤트 덕분에 대치동 최고의 긴밥이라는 자리를 수성할 수 있었다. 


* 출처 : ‘장사의 神’ 김유진의 장사는 전략이다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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