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7

170614_담쟁이 - 도종환

* 절망앞에서 쉽게 포기한다면, 결국 바뀌거나 달라지는 것이 없음을 알지만 견뎌내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지금부터 견디는 그힘을 키우겠습니다.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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