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1

180827_사회는 날라리를 원한다.

사회는 날라리를 원한다.


내가 사무실로 이용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는 을지로에 있다. 그래서 주변 기업에서 일하는 넥타이 맨들과 식사를 자주 한다.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회사 내 구조 조정과 그에 따르는 불안함이다. 

기업은 한때 가족 경영을 앞세워 직원들에게 충성을 요구했으나 이제는 아니다. 

고용을 보장하기는 커녕 오히려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법을 계속 만들고 있다. 

직장에서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누구의 책상이든 바로 빼버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까지 회사를 계속 다닐지, 회사를 떠나 다른 직업을 준비할 시점은 언제로 잡을지 고민한다. 

예전에는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차렸다면 요즘은 카페를 연다는데,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 고민이 큰 것이다. 

그나마 회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회사를 계속 다니기 위해 노력한다. 회사가 자신을 80세까지 고용해주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언제든지 내쳐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믿지 못하거나, 달리 대안이 없어서다. 

직장과 직업 사이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이 옳은지에 관한 고민을 듣다 보니 학교 다닐 때 공부만 하던 친구를 상갓집에서 우연히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그 친구는 당시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회생활도 하지 않아 학교 다닐 때 분위기 그대로였다. 그친구는 평범하게 사는 친구들과 대화 나누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이 친구가 생계를 문제로 시험을 포기하고 갑자기 밖으로 나오면 무척 적응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학교에 다니면서 다양한 교외활동을 하던, 어찌 보면 학교 생활을 '적당히 한'친구들은 자신에게 맞는 직업과 일터를 찾아 생활하고 있었다. 

다소 그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회사 생활만 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공부만 하는 나의 동창과 별반 다르지 않다. 

조직 내부 사정에만 신경 쓰다 보니 다른 데 관심을 쏟을 여력도 없고, 회사의 집, 집과 회사만 오가니 외부 활동이 줄어들어 인맥도 넓지 않다. 회사 밖 사람과는 교류가 없고 회사 동료와 하는 이야기가 대화의 전부인 사람도 있다. 

무선통신 장비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에서 15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한 분이 상담을 요청했다. 회사가 구조 조정을 하고 있어 1~2년 내로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1인 기업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막막하다는 것이다. 

연구원 생활에 충실하느라 외부 활동응 거의 안 해 나가서도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40대 초반의 가장이라 위험 부담이 크지만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더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조직에서는 준비가 어려울 듯해 회사를 떠나 1년 동안 1인 기업을 준비할지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변면에 외부 활동이 많은 사람은 다르다. 그들은 여러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파악하낟.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전문가를 만나 실력을 키운다. 회사에서는 "저 친구는 퇴근하면 볼 수가 없고 뻔질나게 나다닌다"라 일명 '날라리'라 하겠지만, 이런 사람이 지금 직장에서도 생존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기도 하고, 자신의 일을 찾아 곧 제 역활도 하게 된다. 

직장형 인간으로 살면 조직 내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해서 몸부터 사리게 된다. 

회사에 충성하느라 개인의 전문성 배양을 소홀히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날라리는 다르다. 회사뿐 아니라 외부 상황도 함께 고려해 결국 자신에게 이로운 결정을 내린다. 

나 역시 지금 생각해보니 회사 생활을 할 때는 날라리였다. 외부 활동을 하며 배운 것을 조직에도 적용했고 이를 통해 얻는 결과에 스스로도 크게 만족했다. 

날라리였지만 회사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 인정도 받았다. 결국 더 큰 목표를 품게 되면서 새로운 일을 찾아 10년째 1인 기업가로 살아가고 있다. 

* 출처 : [나는 1인 기업가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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