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1

180914_아버지가 보고 싶다

아버지가 보고 싶다


이상국 

자다 깨면 
어떤 날은 방구석에서 
소 같은 어둠이 내려다보기도 하는데 

나는 잠든 아이들 얼굴에 볼을 비벼보다가 
공연히 슬퍼지기도 한다 
그런 날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 

들에서 돌아오는 당신의 
모자나 옷을 받아들면 
거기서 나던 땀내음 같은 것 

그게아버지 생의 냄새였다면 
지금 내게선 무슨 냄새가 나는지 

나는 농토가 없다 
고작 생각을 내다 팔거나 
소작을 품을 팔고 돌아오는 저녁으로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나는 아버지의 농사를 생각한다 

그는 곡식이든 짐승이든 
늘 뭔가 심고 거두며 살았는데 
나는 나무 한그루 없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아버지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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