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0

당신에게 행복이란?_윤구병 농부철학자, 변산공동체 대표_210920

윤구병님 건강하십시요.

* 출처 : https://m.blog.naver.com/newmanjk/221717568468


   

당신의 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도시문명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게 명백한데도 우리는 이 삶의 관성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이들 교육에 희망과 미래가 있습니다. 


당신에게 행복이란? 


 내 이름이 ‘구병’입니다. 

아홉 형제의 마지막이라 일병부터 시작해 마지막으로 구병이 되었어요. 

안타깝게도 형들은 지식인으로 해방정국과 6.25동란으로 이어지는 격동기를 거치면서 젊은 나이에 희생이 되었죠. 

슬픈 가족사에 상심이 컸던 아버지는 남은 삼형제를 데리고 시골로 내려갔어요. 

그 덕에 어린 나는 4학년 때까지 학교도 가지 않고 산과 들, 바다를 벗 삼아 놀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이 내겐 축복이었습니다. 


당신이 경험했던 최악의 일은? 


어떻게 그런 내가 서울대를 갔냐고 묻습니다. 

꼭 해야겠다는 동기가 주어지면 진짜 공부가 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제가 가출하고 일주일 만에 돌아와도 오늘 학교 다녀온 것처럼 맞아 주셨어요. 

헌데 퇴학을 당하고 집에 쳐 박혀 있으니 하루는 사진관에 가자고 하시더군요. 

그 때 제 사진에 한자로 네 글자를 쓰셨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마지막 남은 실오라기’란 뜻이었죠. 

가슴이 먹먹해지고 그 때부터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신에게 음식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유기농 식재료로만 음식을 만들어 손님의 주머니 사정대로 점심값을 내는 ‘문턱없는 밥집’을 서울 마포에 열었죠. 

밥은 생명입니다. 

밥풀 하나 남기지 않는 게 철칙이었습니다. 


당신에게 농업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서울대 교환교수 시절 잠시 농사를 겸했죠. 

경제성만 따지면 농사는 손해였어요. 

콩이 틔어서 떨어진 것을 하루 종일 주우면 천원 어치쯤 될 겁니다. 

그 시간에 글을 쓰면... 그런데 콩을 주울 땐 마음이 편했지만 대낮에 글을 쓰니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이후 교수직을 접고 15년여간 주경야독을 했는데 어릴 적을 제외하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어요. 


당신은 후손들에게 어떤 환경을 물려주고 싶나요? 


 오늘날의 학교 교육은 아이들의 손발을 묶어 놓는 고문입니다.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없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생명체가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특히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보면 갓 나서 걸음마를 하고 입만 떼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조기교육을 하려 합니다. 

조기교육은 말하는 것과 걷는 것, 이 두 가지만 하면 됩니다. 

그 외는 오히려 해롭고 학대입니다. 

춤추고 뛰놀게 해주세요. 

계속해서 아이들을 부모나 사회의 통제 속에 몰아넣어 놓고는 말로만 자율적이고 창조적으로 생각하라니 되겠습니까? 


독자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당신은 아이들의 방학 때 무조건 자연 속으로 보낼 수 있습니까? 

한 달 동안 뛰어놀라고 하는 거죠. 

얼마나 신나겠어요. 

아이들이 놀아야 나라가 삽니다. 

손발을 묶어 놓으면 나라가 죽습니다. 


그런데 인류는 그 길로 들어섰고 우리나라가 맨 앞에 있습니다.

 


윤구병 농부철학자, 변산공동체 대표 서울 마포구 서교동, 2010. 3 1943년 전남 함평 출생. 


충북대 철학과 교수 재직시절 내면의 갈등을 품고 정년을 15년 앞두고 교수직을 내려놓으며 변산으로 들어가 공동체를 꾸미며 진짜 농부의 삶을 시작하였다. 


보리출판사를 운영하며 어린이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와 부모를 위한 ‘개똥이네 집’을 출간하고 있다. 


사진은 (사)좋은교사운동에서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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