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1

180519_앞으로 잘할 것이므로

앞으로 잘할 것이므로


몇 해 전에 드라마 자료 취재차 어느 학교에 갔습니다. 그 학교는 제도권 학교에서 자퇴하거나 퇴학당한 청소년들이 주로 다니는 대안 학교였습니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상같은 것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우등상도, 개근상도,선행상도 구경해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시골 이장님처럼 편안한 인상의 교장 선생님이 상을 주었습니다. 

그상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위 학생은 앞으로 공부틀 잘할 것이므로 우등상을 수여함. 

위 학생은 앞으로 개근할 것이므로 개근상을 수여함. 

위 학생은 앞으로 착한 일을 할 것이므로 선행상을 수여함. 

"앞으로 잘할 것이므로’ 상장을 받은 아이들은 머리털 나고 처음 받아보는 상장 덕에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책임감이 생기는 것 입니다. 상 받은 값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결석을 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어깨에 문신을 새기고 검은색 쫄티를 입은 조폭 출신 남자아이도, 머리를 알록달록 물들인 소매치기 출신 여자아이도, 만학도 아줌마도, 이 학교의 학생들은 그렇게 이상한 상장 하나의 힘으로 졸업을 합니다. 

'잘해서 받는 상'이 아니라 '잘한 것이므로 받는 상' 덕분에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상의 기적입니다. 


앞으로 이런 상을 자주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화를 내는 것보다 역으로 상장을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앞으로 잘할 것이므로’라는 글귀를 적어서, 그리고 정말 아이가 '앞으로 잘할 것’이라는 마음의 신뢰를 담아서……. 


상을 받은 이는 상 값음 합니다. 상은 벌보다 힘이 셉니다. 상은 벌보다 따끔하게 가르칠 수 있는 달콤한 회초리입니다. 상을 받은 아이는 이 세상을 환한 곳으로 보게 됩니다. 

상은 세상에 네가 존재해서 참 기쁘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네가 있어줘서 참 고맙다""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상을 받아오면 그 상이 어떤 상이든 무조건 크게 기뻐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면 스킨십을 아끼지 않고 아이를 칭찬해 줄 일입니다. 상장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지만 부모의 스킨십은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하는 따뜻한 상품입니다. 


상이 가지는 최고의 가치는 나도 무엇인가 해낼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된다는 점입니다. 나 역시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품은 것은 어릴 적 받은 글짓기 상 덕분이었습니다. 

상장은 단지 글씨가 인쇄된, 금박 박힌 종이가 아닙니다. 미래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터보 엔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엔진을 달아주십시오. 그들이 꿈의 정류장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도록 말입니다. 


나 스스로에게 미리 주는상도 괜찮겠지요. 

“나는 앞으로 잘할 것이므로 이 상을 수여함.” 

- 송정림의《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두 번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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