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7

050320_모두가 속았다! 할리우드 반전걸작 계보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영화들이 있다. 러닝타임 내내 마음을 졸이게 하고, 자칫 한눈을 팔았다가는 영화의 전부를 다시 봐야 하는 고초까지 겪게 만든다. 이름하여 반전 공포영화.

반전의 미학이 돋보이는 공포영화들은 두고두고 끄집어 내는 재미가 있다. 이 문제의 영화들은 시일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관객을 괴롭히면서 영화보기의 재미를 안겨준다. 게다가 이러한 반전 공포영화에 평소에는 우리를 머리 아프게(?) 하는 영화평론가들이 정치적 혹은 철학적 해석이라도 곁들인 평을 내놓으면 그 재미가 배가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공포물이 결코 한국관객들에게 인기있는 장르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반전의 묘미가 뒤에 든든하게 받쳐주는 영화들은 여지없이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한다. 흥행스코어를 바라보는 관점이야 여러 가지 겠지만 그래도 근본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지표 아니겠는가.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던 할리우드 반전 공포영화의 계보를 훑어본다.
<프라이멀 피어>

* 국내 개봉 : 1996년 5월 24일
* 흥행 성적 : 개봉주 1,408만달러
* 걸작 포인트 : 피해자만 있고 피의자는 없다. <프라이멀 피어>는 피해자만 존재하는 사건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 말미까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피의자는 관객들과 두뇌싸움을 벌이며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당시 신예배우로 뜨고 있던 에드워드 노튼은 보는 사람조차 섬뜩하게 만들 정도의 연기를 펼치며, 극중에서 자신이 불교신자임을 은근히 드러내는 리처드 기어는 생애 최고의 연기로 맞대응 한다.

전 세계적으로 1억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린 <프라이멀 피어>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숨 막힐 듯 깔끔한 연출, 교묘히 감춰둔 반전이 유난히 돋보이는 영화였다.


<식스센스>

* 국내 개봉 : 1999년 9월 18일
* 흥행 성적 : 개봉주 2,580만달러
* 걸작 포인트 : 죽은 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소년과 아동 심리학자와의 이야기를 그린 공포물로 29세의 인도 출신 감독 나이트 샤말란의 데뷔작이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평가와 흥행에서 모두 성공적이었다. 특히 영화의 내용을 알려주는 것에 반대하는 안티스포일러를 일으키기도 했다.

영화사상 수많은 반전이 있었음에도 <식스센스>가 반전영화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한 재미를 주는 상황반전이 아닌 영화 하나를 통째로 뒤집을 수 있도록 정교하게 배치된 암시, 복선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귀신에 쫓겨 도망다니는 것에 노력을 기울였던 할리우드는 <식스센스> 이후 반전에 집중하기 시작해 수많은 아류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편 <식스센스>는 할리조엘 오스먼트라는 걸출한 아역배우를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기존에 인형처럼 서 있던 아역배우의 한계를 부순 놀라운 연기. 어린 애들이 신들리면 더 무섭다.
<디 아더스>

* 국내 개봉 : 2002년 1월 11일
* 흥행 성적 : 개봉주 1,408만달러
* 걸작 포인트 : 미국에서 최고의 성수기인 여름시즌에 전격 개봉해 연속 8주 동안 박스오피스 5위 안에 머물면서 제작비의 다섯 배에 달하는 9,647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떼시스>와 <오픈 유어 아이즈>를 연출해 범상치 않은 재능을 과시했던 스페인 출신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디 아더스>를 고급스런 공포영화로 세공해냈다. 전작들에서 존재론적 물음을 마다하지 않는 감독 특유의 총기는 이번 작품에 와서도 빛을 발한다.

<디 아더스>는 영화 마지막에 그것도 두 번씩이나 관객의 가슴을 들어 올렸다 내려놓았다 한다. 첫 번째 반전을 목격하고 나서 얼얼했던 충격은 두 번째 그것을 확인한 후 경악으로 바뀔 지경이다. 영화를 보기 전 ‘타인’의 이야기는 절대로 듣지 말아야 할 <디 아더스>는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여기에 니콜 키드먼의 열연이 더해져 극적 몰입을 높인다.
<아이덴티티>

* 국내 개봉 : 2003년 10월 31일
* 흥행 성적 : 개봉주 1,623만달러
* 걸작 포인트 : 외딴 사막의 호텔에서 10명의 손님이 하나씩 살해되는 밀실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누가 죽였으며, 다음에 살해될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덴티티>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밀실살인의 긴장감이 돋보인다. 한국 개봉 당시 탁월한 완성도로 반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걸작으로 뽑히는 작품이다.

제한된 공간과 인물들만으로 2시간 동안 고도의 긴장을 유지하게 설계된 시나리오가 예술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능범죄라는 표현이 민망하지 않은 억지스럽지 않은 전개와 허무하지 않은 마지막 반전으로 관객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이한 반전이 관객을 실망시키고 있을 때, 색다른 반전을 준비한 것도 <아이덴티티>의 흥행요소 중 하나였다.
<숨바꼭질>

* 국내 개봉 : 2005년 2월 24일
* 흥행 성적 : 개봉주 2,195만달러
* 걸작 포인트 : 엄마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소녀와 그런 딸을 치료하기 위해 외딴 마을로 이사를 감행하는 정신과 분석의 아버지. 그러나 딸의 증세는 점점 더 심해지고, 인근 주변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수상하기 짝이 없다. 급기야 딸은 보이지 않는 친구까지 만들어 아버지를 당혹스럽게 만드는데, 소녀와 아버지를 곤경에 빠뜨리는 인물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지금까지 만들어진 할리우드 반전 공포영화의 계보를 잇는 영화로 <숨바꼭질>은 완성도나 흥행요소 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다. 연기력에 있어서는 생존인물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배우 로버트 드 니로의 심리 연기와 될 성 부른 떡잎 다코타 패닝이 보여주는 패닉 연기는 나이와 경력을 초월하며 영화에 극도의 긴장감으로 작용한다.

<숨바꼭질>은 반전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명쾌한 해답을 주지 않고 ‘왜?’, '도대체 누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그야말로 영화와 관객이 끝까지 씨름하는 영화다. 특히 미국 개봉과 달리 국내에서는 두 가지 버전의 엔딩이 동시 개봉되는 까닭에 절대 보지 않고는 단언할 수 없고, 보고 난 후에도 수많은 추측과 소문, 화제를 불러일으킬 빌미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영화다.
맥스무비 / 김형호,이미선,김규한,정유미 기자 press@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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