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1

180517_어머니에게 읽어주는 시

어머니에게 읽어주는 시


어머니는 독서광이셨습니다. 어머니의 휴식은 언제나 책과 함께 였고,책을 든 어머니의 모습은 매우 행복해 보였습니다. 

기억을 점점 잃어버리면서도 어머니는 책을 놓지 않으십니다. 읽은 책을 읽고 또 읽고……. 기억나지 않으니 책을 손에 들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느끼시나 봅니다. 

내가 쓴 책도 읽으시곤 하는데,그 책의 작가가 딸인 것도 잊어버리십니다. 나에게 책 내용을 말씀해주시기도합니다. 

“엄마,그거 제가 쓴 거예요”라고 하면 

“그래 ?” 하고는 또 금세 잊어버리십니다. 

그런 어머니에게 언니가 시집을 한 권 가지고 갔습니다. 시를 읽어드리자 어머니 얼굴이 환해지셨습니다. 

“시가 참 좋다…….참 좋다……" 

나와 언니는 번갈아가며 어머니가 잠드실 때까지 시를 읽어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아기처럼 맑은 얼굴로 잠이 드셨습니다. 어머니가 어릴 때 우리에게 그랬듯이 어머니의 잠든 어깨를 토닥이며 시를 계속 읽어드렸습니다. 

어머니 꿈속이 시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면서……. 


어머니는 기억을 다 잃어버리십니다. 어머니의 기억은 이제 10분을 넘기지 못합니다. 그런데 자식이 읽어드린 시는 다음 날에도 잊어버리지 않으셨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인사를 드리는 딸이 어제 온 줄도 모르고 “아이고, 왔니 ?”라며 반기셨지만 어제 읽어드린 시의 내용은 잊어버리지 않으셨습니다. 

그날부터 나와 언니는 어머니와 함께 있는 날이면 매일 시를 한 편씩 읽어드렸습니다. 시에 대한 짤막한 설명도 곁들이면 어머니는 참 행복해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그 옛날 우리가 어렸을 적에 우리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셨습니다. 이제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어머니에게 우리가 시들 읽어드립니다. 

그 옛날 어머니는 어린 자식인 나를 얼마나 사랑했을까를 떠올리며. 그 사랑에는 절반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지만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서 먹먹해진 가슴으로 시를 읽어드립니다. 

어머니께 시를 읽어드리기를 권합니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우리가 잠들 때까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것처럼, 아이가 되어버린 어머니 앞에서 시를 읽어드려 보세요. 어머니에게, 당신의 인생은 훌륭했노라는 위안을 담아서..... 

인터넷에서 본〈어느 부모님이 자식에게 보낸 편지〉(작가미상)의 일부를 여기 붙입니다. 


내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언젠가 우리가 늙어 약하고

지저분해지거든 인내를 가지고 우리를 이해해 다오.


늙어서 우리가 음식을 흘리면서 먹거나 옷을 더럽히고 옷도 잘입지 못하게 되면 네가 어렸을 적 우리가 먹이고 입혔던 그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미안하지만 우리의 모습을 조금만 참고 받아다오.

늙어서 우리가 말을 할 때 했던 말을 하고 또 하더라도 말하는 중간에 못하게 하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면 좋겠다.

네가 어렸을 때 좋아하고 듣고 싶어 했던 이야기를 네가 잠이 들 때까지 셀 수 없이 되풀이하며 들려주지 않았니?

훗날에 혹시 우리가 목욕하는 것을 싫어하면 우리를 너무 부끄럽게 하거나 나무라지는 말아다오.

수없이 핑계를 대면서 목욕을 하지 않으려고 도망치던 너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니 ? 혹시 우리가 새로 나온 기술을 모르고,

무심하거든 전 세계에 연결되어 있는 웹사이트를 통하여 그 방법을 우리에게 잘 가르쳐 다오.

우리는 네게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는지 아느냐?


상하지 않은 음식을 먹는 법, 옷을 어울리게 잘 입는 법,

너의 권리를 주장하는 방법……

점점 기억력이 약해진 우리가 무언가를 자주 잊어버리거나

말이 막혀 대화가 잘안 될 때면

기억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좀 내어주지 않겠니 ?


그래도 혹시 우리가 기억을 못해 내더라도

너무 염려하지는 말아다오.

왜냐하면 그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너와의 대화가 아니라 우리가 너와 함께 있다는 것이고

우리의 말을 들어주는 네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 송정림의《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두 번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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