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준 최고의 선물...참두릅 vs 개두릅 vs 땅두릅
* 출처 : https://www.nongmin.com/article/20210415336728
이름도 생김새도 비슷한 두릅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맛도 향도 다른 각양각색의 매력을 알 수 있다.
위에서부터 땅두릅·개두릅·참두릅. 사진=김병진 기자
“참두릅이 땅에서 나는 건가요?”
“아니, 참두릅은 나무에서 나고 땅두릅이 땅에서 나는 거죠.”
“그럼 개두릅은 뭐죠?”
‘맛 대 맛’으로 독자들에게 어떤 먹거리를 소개할지 정하는 회의에서 두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름도, 생김새도 엇비슷한 녀석들이 앞다퉈 봄철에 등장하니 이를 구별하는 게 어디 쉬운가. 궁금한 건 못 참는 기자가 손을 들었다. 참두릅·개두릅·땅두릅의 세계를 확실히 정리해보겠다고. 그래서 시장 상인과 임업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한편 눈을 감고 맛을 구분할 수 있을 때까지 데친 두릅을 물리도록 먹었다. 두릅이라고 다 같은 두릅이 아니었다.
‘두릅나무순’ 참두릅
아삭아삭 식감…봄철 보약
특유 향 매력적, 항산화물질 듬뿍
참두릅은 두릅나무에서 나는 순을 말한다. 나무는 3∼4m 정도 자라는 작은 키의 낙엽활엽관목으로 분류된다. 순은 전체적으로 푸른색을 띠며 10∼13㎝ 정도 길이일 때 시중에 많이 나온다. 한줄기에서 4∼5개 새순이 분화하는데 이 모습이 손가락을 한데 모은 아이 손을 닮았다.
데친 맛은 가히 봄의 진미로 여겨질 만하다. 특유의 향이 먹기 전부터 후각을 즐겁게 한다. 씹기 딱 알맞게 단단한 식감 때문인지 바다에서 나는 횟감보다 나을 듯싶다.
“참두릅을 포함한 새순은 영양학적으로 접근했을 때 봄에 꼭 맛봐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순에서 다양한 생리활성작용을 살펴볼 수 있는데 특히 항산화물질인 파이토스테롤·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합니다. 사포닌·비타민도 많이 들어 있고요.” 신한나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 임업연구사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두릅을 봄철 보약으로 생각하라는 얘기다.
참두릅 주산지는 전북 순창이다. 전국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데 이르면 3월말에 출하가 시작된다.
‘음나무순’ 개두릅
쌉싸름한 맛 일품…인삼향 은은
간 기능 회복 효과, 뛰어난 약효
개두릅은 음나무순을 말한다. 두릅나무가 아닌 나무에서 비슷하게 생긴 순이 난다 하여 이름에 ‘개’라는 접두어가 붙은 듯하다.
음나무는 엄나무·엉개나무·개두릅나무 등으로도 불린다. 두릅나무와 음나무는 사촌뻘 되는 사이다. 둘 다 두릅나무과지만 속으로 세분하면 두릅나무는 아랄리아속, 음나무는 칼로파낙스속으로 갈린다. 음나무는 가시가 날카롭고 억세 흉한 기운을 막아주는 나무로 인식돼왔다. 이런 이유로 선조들은 가시 돋친 음나무 가지를 대문이나 방문 위에 걸어두곤 했다.
개두릅은 참두릅과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씹을 때 향이 강해 마치 쌀국수 먹을 때 곁들이는 고수를 먹는 것 같은 생경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참두릅보다 쌉싸래한 맛이 센데 인내심을 갖고 오래 씹으면 인삼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육안으로도 참두릅과 구별된다. 큰 줄기에서 뻗어나오는 가지가 얇고 잎이 단풍을 닮았다. 약효가 뛰어나다는 이유로 참두릅보다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신한나 연구사는 “각종 한방 문헌을 살펴보면 개두릅은 간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해독하는 성분도 탁월해 간염·간경화와 같은 간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였다”고 설명했다.
강원 강릉시 사천면 사기막리 해살이정보화마을에서는 양질의 개두릅을 구할 수 있다. ‘강릉 개두릅’은 2012년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되며 지역특산물로서 자리를 잡았다.
특유 쓴맛 식욕 돋워…무기질 풍부
‘여러해살이풀’ 땅두릅
마늘대 유사, 식이섬유 다량 함유
땅두릅은 목본식물인 두릅나무·음나무와 달리 여러해살이풀인 초본식물이다. 나무가 아닌 풀이라는 얘기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홀로 곧게 자란다 하여 ‘독활(獨活)’이라는 늠름한 한자 이름도 갖고 있다. 풀이라 그런지 땅두릅은 참두릅·개두릅보다 일찍 봄을 맞이한다. 재배 방식이나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땅두릅은 보통 4월 초순, 참두릅은 4월 중순, 개두릅은 4월 중순에서 말경에 많이 나온다. 땅두릅은 충남 금산, 경기 평택 등에서 주로 재배한다.
땅두릅은 맛이 개두릅보다는 참두릅에 더 가깝다. 다만 참두릅보다 쓴맛이 좀더 강한 편이다. 땅에서 자라서인지 살짝 흙 내음이 나기도 한다. 땅두릅은 언뜻 보면 마늘대를 연상케 한다. 줄기 주변이 보라색을 띠고, 많이 자란 것은 아래쪽 순 굵기가 어른 손가락 두마디 정도 된다.
농촌진흥청 한식세계화연구단 연구에 따르면 땅두릅은 칼륨·칼슘·마그네슘과 같은 무기질이 풍부하다. 여기에다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아 장을 편하게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4월 중순 인터넷 쇼핑몰 소매가 1㎏ 기준으로 땅두릅은 2만∼2만5000원선, 참두릅은 2만5000∼3만원선, 개두릅은 3만5000∼3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봄나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부자상회’의 신종옥 대표는 “적당한 가격을 생각하면 땅두릅, 두릅에 대해 잘 모르면 참두릅, 약성이 좋은 걸 찾는 사람은 개두릅을 많이 사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자님은 남자니 쓴맛이 강한 개두릅이나 가시오갈피순을 먹어야 기운이 솟는다”고 추천했다.
전·쇠고기 말이·두부무침…요리법 다채
두릅 맛있게 먹으려면
두릅 쇠고기 말이
두릅은 데쳐서 먹는 게 기본이다. 끓는 물에 1분 내외로 살짝 데치면 된다. 두꺼운 순 밑동을 먼저 물에 넣어 데치고 몸통 전체를 익히는 방법을 권한다. 두릅이 충분히 잠길 정도의 물에 소금 한숟갈 정도 넣어주면 두릅 색깔이 좀더 선명해진다.
두릅전도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다. 살짝 데친 순 밑동 부분을 반으로 잘라 넓게 펴 부침가루로 옷을 입힌 후 프라이팬에 구워주면 금세 완성된다.
두릅은 쇠고기와도 찰떡궁합이다. 간장·설탕·다진마늘 등으로 만든 양념에 잰 샤부샤부용 얇은 쇠고기와, 밑동을 제거한 데친 두릅을 준비한다. 두릅에 쇠고기를 둘둘 말아 전분가루를 묻히고 나서 프라이팬에 구워주면 된다. 두릅두부무침도 별미다. 두릅 10개를 기준으로 두부 한모 3분의 1 정도 양을 준비해보자. 소금·식초가 담긴 물에 2분가량 데친 두릅을 찬물에 식힌 후 물기를 뺀다. 여기에 으깬 두부, 다진 파, 다진 마늘과 소금·참기름·깨소금을 버무린다.
이문수 기자
leemoonsoo@nongmin.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