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6

"개미도 베짱이만큼 게을렀다?"과학이 말하는 옛 이야기의 진실




갑자기 쌀쌀해진 요즘입니다. 가을이 어느새 찾아왔나 싶더니만, 이미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벌써부터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가 걱정입니다. 먹거리를 비축하기 위해 김장도 넉넉히 담그고 추위를 피하기 위해 보일러도 미리미리 점검해야 할 겁니다.

이렇듯 추운 겨울을 버틴다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봤던 동화책이 떠오릅니다. 여름내 빈둥거리던 베짱이와 겨울 대비해 열심히 일만 하던 개미의 이야기입니다. ‘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 곤충의 생태적 특징을 배경으로 인간 사회에 교훈을 주는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이 개미처럼 열심히 일을 해야 좋은 결말이 찾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본다면 베짱이도 매일 놀고 먹지만은 않았고, 개미도 매일 열심히 일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진실을 잠시 들여다 볼까요


우선 개미를 소개합니다. 

개미는 분류학적으로 벌목 개미과에 속하는 곤충을 통칭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약 130여종의 개미가 분류되어 있을 만큼 다양하고 넓게 분포하는 곤충종입니다. 대부분의 개미들은 땅속에 굴을 파고 서식하기 때문에 일부 일개미를 제외하고는 한번에 만나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밖에서 일하는 개미들보다 굴 안에서 일하는 개미들의 숫자가 더 많습니다. 물론 굴 안에서도 할 일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개미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성입니다. 

개별적으로 살아가는 일반적인 곤충과 달리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군체를 이루고 있는 커다란 유기체와 같습니다. 사냥을 하는 집단, 먹이를 저장하는 집단, 알을 관리하는 집단, 쓰레기를 버리는 집단 등 여러 집단으로 분류되어 하나의 군체를 유지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개미들은 열심히 일만하고 있을까요? 정답은 노(No)~입니다. 전체 일개미중에서 약 20% 정도는 딴 짓을 하거나 그냥 쉬는 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개미의 숫자가 더 많기 때문에 굶어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개미와는 반대로 베짱이는 혼자 살아갑니다. 베짱이는 메뚜기목 여치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한국곤충총목록에 9종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실베짱이종류는 식물의 잎을 주로 먹지만 일부 베짱이는 작은 곤충류를 사냥해 먹습니다. 

베짱이의 가장 큰 특징은 날개를 비벼 소리를 내는 것인데 그런 특성 때문에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의인화되었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 나뭇잎에 앉아서 바이올린을 켜고 노래를 부르는 여유로운 모습이 사실 암컷을 유인하기 위한 수단이며 종족보존을 위한 매우 중요한 행동이었습니다. 

우화에서 나오는 딴따라 베짱이의 모습이 사실은 자손을 번창시키기 위한 중요한 일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개미와 베짱이의 결말을 어떻게 될까요? 이야기처럼 개미는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고 베짱이는 얼어 죽을까요? 개미는 성체로 월동하기 때문에 봄까지 땅속에서만 지냅니다. 

물론 움직임도 거의 없으며 먹지도 않습니다. 반면 베짱이는 추워지기 전에 나뭇가지나 땅속에 알을 남기고 죽습니다. 

대신 봄이 되면 알이 부화해서 새로운 새끼들이 태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추위 때문에 죽는게 아니라 추워지기 전에 죽는 것이죠.

이야기에서는 베짱이처럼 놀고 먹고 사는 존재는 필요 없는 듯 묘사돼 있지만 자연에서는 어느 하나 필요 없는 존재가 없습니다. 모든 것에는 순리가 있으며, 생태계 순환에 맞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노는 것처럼 보이는 베짱이와 동료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도 언제나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모든 생물은 각각의 맡은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글·사진 임헌명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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