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00:00:04,407 --> 00:00:27,603
(박수와 환호)
2
00:00:27,603 --> 00:00:30,489
네, 반갑습니다 안승준입니다.
3
00:00:30,489 --> 00:00:35,676
(박수와 환호)
4
00:00:35,676 --> 00:00:38,606
저는 시각장애인입니다.
5
00:00:38,606 --> 00:00:43,506
그런데 오늘 주제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다"
6
00:00:43,506 --> 00:00:46,875
왜 저한테 이런 곤란한 질문을 하는 것일까요?
7
00:00:46,875 --> 00:00:49,674
아니, 남들 보는 것도 못 보는 사람한테
8
00:00:49,674 --> 00:00:52,814
남들 못 보는 것까지 강연을 하라니...
9
00:00:52,814 --> 00:00:56,994
이런 가혹한 처사는 정말 저에게 너무나 잔인합니다
10
00:00:56,994 --> 00:01:00,655
그러나 제가 오늘 강연을 수락하게 된 것은
11
00:01:00,655 --> 00:01:04,564
단지 세바시 섭외가 다시는 안 올 것 같아서
12
00:01:04,564 --> 00:01:06,394
욕심을 부려본 것뿐입니다
13
00:01:06,394 --> 00:01:07,834
이제야 고백하게 된 것을
14
00:01:07,834 --> 00:01:11,274
세바시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게 사과드리는 바이지만
15
00:01:11,275 --> 00:01:14,484
어쩔 수 없습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16
00:01:14,484 --> 00:01:16,054
여러분들이 도와주시면
17
00:01:16,055 --> 00:01:17,485
그래도 재미있게 해보려고 노력해보겠습니다.
18
00:01:17,484 --> 00:01:19,605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19
00:01:19,605 --> 00:01:26,534
(박수와 환호)
20
00:01:26,534 --> 00:01:30,064
본 강연에 앞서서 이런 질문을 한번 드리고 싶어요
21
00:01:30,064 --> 00:01:32,245
여러분들이 저와 함께
22
00:01:32,245 --> 00:01:34,425
어떤 어려운 시험장에 들어갑니다
23
00:01:34,424 --> 00:01:36,914
문제는 보이는데 답이 안 보입니다
24
00:01:36,915 --> 00:01:39,755
1번인지, 2번인지, 3번인지, 2번인지, 1번인지, 4번인지...
25
00:01:39,754 --> 00:01:42,004
그럼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요?
26
00:01:42,004 --> 00:01:44,765
솔직하게 한번 말씀해보시죠
27
00:01:44,765 --> 00:01:47,445
눈이 돌아가겠죠?
28
00:01:47,444 --> 00:01:49,314
눈이 돌아갑니다
29
00:01:49,314 --> 00:01:51,474
저는 어떻게 할까요?
30
00:01:51,474 --> 00:01:54,814
눈을 돌려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31
00:01:54,814 --> 00:01:58,224
저는 과연 컨닝을 할 수 있을까요?
32
00:01:58,224 --> 00:02:01,744
이 답은 잠시 후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33
00:02:01,745 --> 00:02:02,925
그럼
34
00:02:02,924 --> 00:02:04,274
원빈
35
00:02:04,275 --> 00:02:05,575
김태희
36
00:02:05,575 --> 00:02:11,105
잘생기고 예쁜 것들이죠
37
00:02:11,105 --> 00:02:14,425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38
00:02:14,425 --> 00:02:17,295
모두의 질투의 대상이 되는 그런 것들입니다
39
00:02:17,295 --> 00:02:18,816
그러나 이 사람들
40
00:02:18,816 --> 00:02:21,295
저희한테 감사해야 됩니다
41
00:02:21,295 --> 00:02:24,445
평범하거나 조금은 평범함에서 뒤떨어지거나
42
00:02:24,445 --> 00:02:26,468
심지어는 평범함에서 많이 떨어지신 분들
43
00:02:26,468 --> 00:02:28,778
오늘 많이 와 계신 것 같은데요
44
00:02:28,778 --> 00:02:32,979
우리가 없으면 얘네들 예쁘고 잘생겼다 소리 들을수 있을까요?
45
00:02:32,979 --> 00:02:35,189
없습니다. 감사해야 됩니다
46
00:02:35,189 --> 00:02:40,222
얘네들 단지 희소성의 가치에서 앞서가고 있을 뿐입니다.
47
00:02:40,223 --> 00:02:42,713
그렇다고 한다면
48
00:02:42,712 --> 00:02:46,532
남들과 조금은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저의 인생 스토리가
49
00:02:46,532 --> 00:02:49,492
희소성에서는 원빈만큼은 되지 않을까?
50
00:02:49,492 --> 00:02:56,628
이런 생각에서 오늘 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51
00:02:56,628 --> 00:03:00,508
저는 어릴 때 매우 유복한 가정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52
00:03:00,508 --> 00:03:02,898
이모님도 많았고요 고모님도 많았고
53
00:03:02,899 --> 00:03:06,649
저는 십 년만에 태어난 예쁜 아기였기 때문에
54
00:03:06,649 --> 00:03:08,479
이모님들, 고모님들의 월급은
55
00:03:08,479 --> 00:03:12,239
저의 욕구 총족을 채워주는 도구일 뿐이었습니다
56
00:03:12,239 --> 00:03:15,429
만화,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제 맛이고
57
00:03:15,429 --> 00:03:18,688
끝나면 경양식 코스요리 정도는 먹어줘야 하고
58
00:03:18,688 --> 00:03:22,769
주산 5급 정도는 따야 하고 취미는 서양화에 붓글씨
59
00:03:22,769 --> 00:03:27,360
특기는 바이올린으로 시 대회에서 상 정도는 타줘야 하는 나이는
60
00:03:27,360 --> 00:03:31,360
제 나이는 5살이었습니다
61
00:03:31,360 --> 00:03:34,740
모두들 이렇게 신동의 탄생을 반기기에 바빴죠.
62
00:03:34,740 --> 00:03:36,820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도
63
00:03:36,819 --> 00:03:42,417
전교 1등, 반장 이런 건 익숙함을 넘어서 식상할 뿐이었습니다
64
00:03:42,417 --> 00:03:45,236
서울로 무대를 옮기고 나서도
65
00:03:45,236 --> 00:03:49,236
세계수학올림피아드 1등 뱃지는 타지 못 하였지만
66
00:03:49,236 --> 00:03:54,055
1년에도 수차례 2등을 의미하는 차석 뱃지, 파란색 뱃지는
67
00:03:54,056 --> 00:03:56,596
방에 자리가 모자를 정도였으니
68
00:03:56,596 --> 00:04:00,686
이쯤 되면 조금은 재수없는 모범생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69
00:04:00,686 --> 00:04:04,596
단지 제가 하나 못하는 게 있다면 운동이었는데요
70
00:04:04,596 --> 00:04:09,820
운동은 반 아이들 20명 중에 11명 축구 대표팀에 뽑히기 힘든 정도?
71
00:04:09,820 --> 00:04:14,628
8명이 달리기를 하면 7등과 너무 멀어서 7등이 보일까 말까 하는 8등?
72
00:04:14,628 --> 00:04:17,228
얼마나 멀었는지 다음 조 1등과 헷갈려서
73
00:04:17,228 --> 00:04:21,459
선생님은 저에게 1등 상품 공책 3권을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74
00:04:21,459 --> 00:04:25,379
네, 조금 부족한 것이 매력이라고 하면 이것도 매력이겠죠
75
00:04:25,379 --> 00:04:27,509
그러나 이것도
76
00:04:27,509 --> 00:04:32,650
저랑 가장 친했던 축구대표팀 주장 동철이의 중간고사 답안과
77
00:04:32,649 --> 00:04:37,286
저의 중간고사 답안이 90% 일치하는 순간
78
00:04:37,286 --> 00:04:40,466
저는 축구 대표팀이 되어 있었습니다
79
00:04:40,466 --> 00:04:45,055
이제는 99개 정도는 가졌다고 해도 괜찮은 상황이었죠
80
00:04:45,055 --> 00:04:49,480
세상은 마치 저에게 맞춰진 맞춤복 같다는 느낌
81
00:04:49,480 --> 00:04:52,770
어쩔 때는 옷을 입지 않고 있는 편안함까지 느끼는
82
00:04:52,769 --> 00:04:56,029
세상에 대한 설명은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83
00:04:56,029 --> 00:05:01,537
그러던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 방학 때 작은 수술을 하나 하게 됩니다.
84
00:05:01,538 --> 00:05:06,148
이름은 뇌 수술이긴 했지만 의사 선생님 설명을 그대로 믿는다면
85
00:05:06,148 --> 00:05:12,192
아침에 입원했다 저녁에 퇴원하면 되는 맹장수술보다 간단한 수술이었습니다
86
00:05:12,192 --> 00:05:16,091
그런데 마취가 풀리고 정신이 깨었을 때
87
00:05:16,091 --> 00:05:20,555
상황은 의사 선생님의 말씀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88
00:05:20,555 --> 00:05:22,545
제 몸의 기관 중에서
89
00:05:22,545 --> 00:05:27,371
아직까지 제 몸의 통제를 받는 기관은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90
00:05:27,370 --> 00:05:31,976
팔과 다리는 돌아가고 얼굴의 형태도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91
00:05:31,976 --> 00:05:35,976
한 시간이면 수십몇 씩 경기를 하기 시작했구요
92
00:05:35,976 --> 00:05:39,766
목숨은 구할 수 있나를 걱정을 해야 했습니다
93
00:05:39,766 --> 00:05:43,976
병원에서는 두 가지 퇴원을 하는데요
94
00:05:43,976 --> 00:05:47,976
첫 번째는 '완치' 두 번째는 '포기'입니다
95
00:05:47,976 --> 00:05:54,064
저는 후자의 퇴원을 강요받고 있었습니다
96
00:05:54,064 --> 00:05:58,694
그 병원에서는 6개월, 3개월 이런 사형선고를 내리곤 하는데요
97
00:05:58,694 --> 00:06:02,694
그 당시에 제가 받았던 가장 희망적인 메세지는
98
00:06:02,694 --> 00:06:04,605
어떤 한의사 분께서 하신
99
00:06:04,605 --> 00:06:09,341
"3일 정도 살 것 같습니다" 하는 메시지였습니다
100
00:06:09,341 --> 00:06:12,300
최초이자 최대의 위기였습니다
101
00:06:12,300 --> 00:06:14,642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제가
102
00:06:14,642 --> 00:06:19,102
모든 것을 잃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습니다
103
00:06:19,103 --> 00:06:21,992
담임선생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104
00:06:21,992 --> 00:06:23,332
"승준아"
105
00:06:23,333 --> 00:06:27,373
"내가 네가 깨끗히 나으면 주려고 아껴두었던 건데"
106
00:06:27,372 --> 00:06:32,582
"이렇게 주게 돼서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구나"
107
00:06:32,583 --> 00:06:34,873
흰 뱃지였습니다
108
00:06:34,872 --> 00:06:37,962
제가 6학년을 졸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109
00:06:37,963 --> 00:06:42,343
세계올림피아드 수학 시험에서 1등을 했던 것이지요
110
00:06:42,343 --> 00:06:46,350
저희 가족 모두를 환희로 몰아 넣었어야 할 그 뱃지가
111
00:06:46,350 --> 00:06:49,829
저희 가족 모두 울음조차 짓지 못하게 하는
112
00:06:49,829 --> 00:06:53,668
잔인한 쇳덩이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113
00:06:53,668 --> 00:06:55,788
살고 싶었습니다
114
00:06:55,788 --> 00:06:57,718
살아야만 했습니다
115
00:06:57,718 --> 00:07:01,718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습니다
116
00:07:01,718 --> 00:07:06,570
하느님께 제가 무엇이 돼도 좋다고 매달리기도 했구요
117
00:07:06,571 --> 00:07:11,595
먹을 수 있는 건 산토끼 간까지 구해다가 먹었습니다
118
00:07:11,595 --> 00:07:15,595
하늘이 감동했는지 저의 열정이 하늘에 닿았는지
119
00:07:15,595 --> 00:07:21,200
저희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 흡사 죽어가는 저의 몰골을 닮아갈 때 쯤에야
120
00:07:21,199 --> 00:07:24,430
새 삶을 허락받을 수 있었습니다
121
00:07:24,430 --> 00:07:28,430
그런데 그 대가는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습니다
122
00:07:28,430 --> 00:07:32,819
아직 세상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은
123
00:07:32,819 --> 00:07:37,879
수채화 물통에 까만 잉크를 풀어놓은 듯 뿌옇기만 했습니다
124
00:07:37,879 --> 00:07:40,829
실명을 한 것이지요
125
00:07:40,829 --> 00:07:44,169
특수학교 입학이 결정되었습니다
126
00:07:44,170 --> 00:07:48,080
일등 밖에 모르던 제가 그렇게 무시하던 장애인들 틈에서 받아든
127
00:07:48,079 --> 00:07:52,572
중간고사 성적은 꼴찌를 겨우 면한 정도였습니다
128
00:07:52,572 --> 00:07:57,193
점자도 혼자서 걷는 방법도 제대로 습득하지 못했던 제가
129
00:07:57,194 --> 00:08:02,020
받아던 성적 치고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130
00:08:02,019 --> 00:08:06,019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131
00:08:06,019 --> 00:08:10,657
점자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저에게 녹음교재를 제공해준 건
132
00:08:10,658 --> 00:08:15,403
제가 그렇게 무시하던 장애인 친구들이었습니다
133
00:08:15,403 --> 00:08:19,403
식당도 교실도 찾아가지 못해서 벽을 허우적대는 저에게
134
00:08:19,403 --> 00:08:26,508
얼마 남지 않은 잔존시력으로 안내를 해 준 것도 그 친구들이었습니다
135
00:08:26,507 --> 00:08:31,270
'장애인들, 장애인들' 우리 타자화 시키기 좋아합니다
136
00:08:31,271 --> 00:08:33,281
저도 그랬습니다
137
00:08:33,280 --> 00:08:38,004
840만분의 일, 로또 1등 당첨은 확신하면서
138
00:08:38,004 --> 00:08:42,004
국민의 10%인 장애인은 '나는 아니다' 하는 생각
139
00:08:42,004 --> 00:08:45,514
그것이 저를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죠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
140
00:08:45,514 --> 00:08:47,884
이 말 저에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141
00:08:47,884 --> 00:08:52,336
아니, 가르쳐줬는데 부단히 부정하고 있었겠죠
142
00:08:52,336 --> 00:08:55,755
'장애인은 장애가 없는 사람보다는 적어도 능력 없는 사람'
143
00:08:55,755 --> 00:08:58,635
'나는 장애인보다는 적어도 능력이 있는 사람'
144
00:08:58,635 --> 00:09:02,831
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저의 오만이었습니다
145
00:09:02,831 --> 00:09:06,301
그런 저에게 친구들은 사람의 소중함, 친구의 소중함,
146
00:09:06,301 --> 00:09:09,044
사람은 누구나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다는
147
00:09:09,043 --> 00:09:12,673
강점교류의 상대임을 알려주었습니다
148
00:09:12,673 --> 00:09:15,923
친구들 덕분으로 많이 편안해지고 안 것인데요
149
00:09:15,923 --> 00:09:20,403
제가 잃었던 것은 시력 하나였습니다
150
00:09:20,403 --> 00:09:26,881
시력 하나를 잃었을 뿐인데 모두 잃었다고 좌절했던 것이지요
151
00:09:26,881 --> 00:09:30,881
시각장애인들도 할 수 있는 게 상당히 많더라구요
152
00:09:30,881 --> 00:09:34,322
다시 수학도 할 수 있었고요 컴퓨터도 할 수 있었고
153
00:09:34,322 --> 00:09:36,942
축구팀에도 다시 뽑혔습니다
154
00:09:36,942 --> 00:09:40,942
이번에는 모종의 거래가 아니라 실력으로 뽑혔습니다
155
00:09:40,942 --> 00:09:46,499
왜냐하면 특수학교는 인원이 적기 때문에 모두가 주전이기 때문이었죠
156
00:09:46,499 --> 00:09:51,076
밴드부에도 들어가서 색소폰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157
00:09:51,076 --> 00:09:57,035
시각장애인들도요, 여름이면 수상스키를 타고 겨울이면 스키를 탑니다
158
00:09:57,035 --> 00:09:58,605
신기하죠?
159
00:09:58,605 --> 00:10:00,485
신기할 것 하나도 없습니다
160
00:10:00,485 --> 00:10:03,225
스키는 눈으로 타는 게 아니라 발로 타는 겁니다
161
00:10:03,225 --> 00:10:07,724
발만 대면 내려갑니다 수상스키는 줄 붙잡고 타는 겁니다
162
00:10:07,724 --> 00:10:11,724
눈 두리번 두리번하면서 여기저기 살펴야 별 소용 없습니다
163
00:10:11,724 --> 00:10:14,594
저는 다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164
00:10:14,594 --> 00:10:17,894
무엇보다 제가 건강해졌다는 증거는
165
00:10:17,894 --> 00:10:20,913
예쁜 여자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166
00:10:20,913 --> 00:10:23,754
너무 건강해진 거죠
167
00:10:23,754 --> 00:10:25,384
다시 수학 공부를 하고
168
00:10:25,384 --> 00:10:29,808
제가 그렇게 좋아하던 수학교육과에 입학하게 됩니다
169
00:10:29,808 --> 00:10:34,107
이제는 모든 위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요
170
00:10:34,107 --> 00:10:38,107
수학과 강의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다시 위기였습니다
171
00:10:38,107 --> 00:10:39,862
무슨 한반도도 아닌 것이
172
00:10:39,863 --> 00:10:42,993
강의실 삼면이 칠판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173
00:10:42,993 --> 00:10:48,282
제가 전공 수업 3시간 동안 들은 거는 교수님의 분필소리 똑똑똑똑 소리와
174
00:10:48,282 --> 00:10:50,422
"여기서 여기로 가면 여기서 여기로 가고"
175
00:10:50,422 --> 00:10:52,512
"여기서 여기로 가면 여기서 여기로 가니까"
176
00:10:52,511 --> 00:10:55,291
"여기서 여기로 알겠지? 수업 끝!"
177
00:10:55,292 --> 00:10:58,152
그런데 이것은 위기도 아니었습니다
178
00:10:58,152 --> 00:11:02,152
친구들은 저를 도움의 대상 이상으로 생각해주지 않았습니다
179
00:11:02,152 --> 00:11:04,442
'저 친구는 누가 숟가락을 입에 넣어줄 것이며'
180
00:11:04,442 --> 00:11:06,162
'저 친구는 누가 강의실을 안내를 하고'
181
00:11:06,162 --> 00:11:09,152
'혹시 똥이라도 싸면 누가 기저귀를 갈아줄 것이냐?'
182
00:11:09,152 --> 00:11:12,032
이것들이 친구들의 관심이었죠
183
00:11:12,032 --> 00:11:14,922
모든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184
00:11:14,922 --> 00:11:17,672
두 명, 세 명만 모여도 나가야 했습니다
185
00:11:17,672 --> 00:11:20,112
아니, 모임이 없으면 제가 만들어야 했습니다
186
00:11:20,111 --> 00:11:22,131
친구가 되어야 했습니다
187
00:11:22,131 --> 00:11:26,942
계산을 해보니 29일 연속으로 술을 먹고 있더라구요
188
00:11:26,942 --> 00:11:30,122
대학 가서 늘은 것은 술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189
00:11:30,123 --> 00:11:31,613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190
00:11:31,613 --> 00:11:37,200
'소주의 기적'이라고 모두가 저를 공부의 경쟁상대로는 안 여기는데
191
00:11:37,200 --> 00:11:42,868
주량의 경쟁상대나 놀 때 꼭 필요한 존재로는 저를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192
00:11:42,868 --> 00:11:46,177
다시 안정이 찾아왔습니다
193
00:11:46,177 --> 00:11:50,668
다시 예쁜 여자를 찾고 있었으니까요
194
00:11:50,668 --> 00:11:53,058
살다보면서 저는
195
00:11:53,058 --> 00:11:57,058
위기를 겪으면서 한 발짝씩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196
00:11:57,058 --> 00:12:00,798
그런데 그 '위기', '극복' 이런 단어를
197
00:12:00,798 --> 00:12:03,918
대단한 단어로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198
00:12:03,918 --> 00:12:07,208
제가 처음 위기를 겪었을 때, 죽음과 싸웠을 때
199
00:12:07,208 --> 00:12:10,899
그것은 엄청난 노력과 어떤 열정, 하늘의 감동
200
00:12:10,899 --> 00:12:15,208
이런 것들로나 설명할 수 있는 좀 동떨어진 것일 수 있겠지만
201
00:12:15,208 --> 00:12:18,828
두 번째 위기는 친구들, 그냥 평범한 친구들
202
00:12:18,828 --> 00:12:22,748
평범한 사람들보다도 못 했던 제 친구들이 극복해주었고요
203
00:12:22,749 --> 00:12:25,829
저의 대학생 때 위기는
204
00:12:25,828 --> 00:12:28,368
소주가 극복해주었습니다
205
00:12:28,369 --> 00:12:31,129
그러니까 크게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206
00:12:31,129 --> 00:12:32,709
위기가 닥쳤을 때
207
00:12:32,708 --> 00:12:36,818
늘 약점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208
00:12:36,818 --> 00:12:41,466
제가 모든 위기가 저의 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면
209
00:12:41,466 --> 00:12:45,567
지금 이 자리, 제가 있는 세바시 자리, 교사의 자리에
210
00:12:45,567 --> 00:12:48,456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11
00:12:48,456 --> 00:12:50,636
여러분들 잘 모르실 텐데요
212
00:12:50,636 --> 00:12:55,245
사실 저는 제 눈이 위기가 아니라 요즘은 저의 연애의 장애가 위기입니다
213
00:12:55,245 --> 00:12:58,956
심지어는 아직 결혼을 한 번도 못 해봤습니다
214
00:12:58,956 --> 00:13:02,046
놀라셨죠?
215
00:13:02,046 --> 00:13:06,046
사람은 누구에게나 강점과 약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16
00:13:06,046 --> 00:13:09,006
사진을 보시면
217
00:13:09,005 --> 00:13:11,685
좀 잘생긴 사람과
218
00:13:11,686 --> 00:13:14,456
그리고 접니다
219
00:13:14,456 --> 00:13:18,456
누가 더 잘났는지 장담하실 수 있겠습니까?
220
00:13:18,456 --> 00:13:21,146
네, 아...
221
00:13:21,145 --> 00:13:24,945
그냥 단지 저 아저씨는
222
00:13:24,946 --> 00:13:27,316
외모가 좀 돋보일 뿐이고
223
00:13:27,316 --> 00:13:30,936
저는 그냥 지팡이 짚은 손이 도드라져 보일 뿐입니다
224
00:13:30,936 --> 00:13:34,072
그런데 저 아저씨랑 저랑
225
00:13:34,072 --> 00:13:36,802
저 아저씨의 외모랑 제 지팡이만 빼고 나면
226
00:13:36,802 --> 00:13:41,055
'쟤나 저나' 입니다
227
00:13:41,054 --> 00:13:46,827
심지어는 가끔은 약점이 강점이 될 때도 있습니다
228
00:13:46,827 --> 00:13:49,518
아까 컨닝 얘기 해드렸었죠?
229
00:13:49,518 --> 00:13:53,987
의자 끄는 소리, 책상 두들기는 소리, 발 구르는 소리, 헛기침 소리
230
00:13:53,986 --> 00:13:57,986
이것만 있으면 객관식 1,2,3,4번은 다 신호로 알 수 있습니다
231
00:13:57,986 --> 00:14:00,836
그런데 이 방법은 너무 원시적이죠?
232
00:14:00,836 --> 00:14:03,886
심지어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233
00:14:03,886 --> 00:14:08,332
한 마디면 객관식 답안 12개는 불러 줄 수 있습니다
234
00:14:08,332 --> 00:14:12,332
이 정도는 제 약점이 더 이상 약점이 아니겠죠?
235
00:14:12,332 --> 00:14:14,752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236
00:14:14,753 --> 00:14:16,853
이 시간쯤 되면
237
00:14:16,852 --> 00:14:20,982
피디님이 끝날 때 됐으니까 빨리 끝내라고 손을 흔들고 계시겠죠
238
00:14:20,982 --> 00:14:23,652
전 모릅니다
239
00:14:23,653 --> 00:14:25,873
오늘 떨리지도 않습니다
240
00:14:25,873 --> 00:14:29,297
뵈는 게 없습니다 제 맘대로 할 겁니다
241
00:14:29,297 --> 00:14:35,944
(박수와 환호)
242
00:14:36,913 --> 00:14:41,004
새싹이 자라기 위해서는 거름이 필요합니다
243
00:14:41,004 --> 00:14:44,293
그런데 그 거름이 뭡니까? 더러운 똥이죠
244
00:14:44,293 --> 00:14:47,163
더러운 똥이라고 여기기 시작하는 순간
245
00:14:47,163 --> 00:14:49,514
썩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246
00:14:49,514 --> 00:14:53,514
그러나 그것을 양분으로 여기는 순간
247
00:14:53,514 --> 00:14:58,466
아스팔트도 뚫어낼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됩니다
248
00:14:58,466 --> 00:15:00,406
썩어지느냐,
249
00:15:00,405 --> 00:15:06,174
예쁜 열매를 맺느냐는 선택과 의지의 차이입니다
250
00:15:06,174 --> 00:15:09,394
제가 많이 힘들었을 때 일기를 한번 꺼내봤어요
251
00:15:09,394 --> 00:15:13,184
그랬더니 나이 먹은 저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있더라구요
252
00:15:13,184 --> 00:15:17,394
'너에겐 아직 넘어질 권리가 있다'
253
00:15:17,394 --> 00:15:21,394
'일어날 수 있는 젊음과 힘이 있으니까'
254
00:15:21,394 --> 00:15:23,644
위기를 만든다는 것은요
255
00:15:23,644 --> 00:15:26,564
넘어질 수 있는 특권,
256
00:15:26,565 --> 00:15:30,565
꿈을 꾸는 특권을 가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257
00:15:30,565 --> 00:15:34,315
도전한다는 건 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58
00:15:34,315 --> 00:15:36,335
크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259
00:15:36,335 --> 00:15:41,317
저의 소주 극복기 처럼 그냥 평점심만 가지면 됩니다
260
00:15:41,317 --> 00:15:46,611
이것은 제 친구 쿵푸팬더가 알려준 겁니다
261
00:15:46,611 --> 00:15:50,101
여러분, 멋진 인생을 꿈꾸십니까?
262
00:15:50,101 --> 00:15:54,001
아니, 멋지기까지 안 해도 재밌게 사시고 싶으십니까?
263
00:15:54,001 --> 00:15:57,551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사시고 싶으십니까?
264
00:15:57,552 --> 00:16:02,648
그럼 저와 함께 위기를 창조하는 사업에 동참해보시지 않겠습니까?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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