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0

030615_무 좀 주세요




아버지와 이웃집에 물을 얻으러 갔었습니다.
부모님이 사시는 곳은 아직 상수도 시설이 들어오지 않아 개인별로 지하수를 모두 이용하고 있는 마을입니다.
그래도 높은 곳에 사시는 분들은 그나마 안심하고 자신의 집의 물을 식수로 이용하고 있나봅니다. 근처 냇가에서 고기와 다슬기가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집으로 아버지와 물을 떠 오기로 했던겁니다.

그집에 도착하여 할아버지께
"물 좀 주세요." 라고 아버지가 말씀을 하셨고 제가 물을 받는동안 두분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물맛이 좋고 오래보관해도 괜찮다는..' 뭐, 그런 말씀이셨지요..

잠시후 할아버지가 사라지신후 무를 4~5포기를 들고 나타나셨습니다.
"무~우 여기있어."

아버지가 '물 좀주세요'하신것을 할아버진 '무 좀주세요'로 들으신겁니다.
(아버진 뇌출혈이후 몸의 움직임과 언어구사등이 완전하지 않으나 가족들은 대부분 다 알아듣습니다. 조금의 노력은 필요합니다만...^^;)

사양하니 "벌써 뽑은것이니 아주머니 드려."라고 말씀하셨으나 저의 아버진 극구 사양하고 물만 두통을 받아오셨습니다.

정말 고마왔습니다.
이곳에 이사오신지도 얼마 않되었지만 주위분들 모두가 예전부터 살아온 마을식구 처럼 대해 주시니 까요..

배추며 무며 상추등을 수시로 어머니께 주시기도 하시는등 아직까지 농촌의 인심을 느낄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아버지와 돌아오며 생각했습니다.
그날, 아버지와 전 물만 두통을 받은것 아니라 무도 같이 주시던 그분의 작은 사랑도 덤으러 받아온 것이라구요....

아버지!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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