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다. 모 인기 시트콤에선 아예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실업이 40만에 육박한 이때...’라는 대사가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주머니 깊숙이 은장도 마냥 사표를 품어 안고 오늘도 터벅터벅 출근길에 나선 당신.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먼저 참을 인(忍)자 세 번을 가슴에 새기는 일일 지도 모른다.
사직서를 쓰기 전 체크 포인트 5가지
늘 되풀이되면서도 매번 새삼스럽게 들리는 말이 있다. 가령 ‘이번 감기는 정말로 독하다더라’라는 말이 그렇다. 생각해보면 해마다 철마다 이번 감기가 제일 독했더랬다. 마찬가지로 ‘요즘 경기가 IMF 때보다 더 안좋다더라’거나, ‘올해 취업률이 사상 최악이라더라’하는 말 역시 벌써 수년 째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반복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제 경기침체는 그야말로 일상적인 일이 되어서, 소위 스태그플레이션의 양상으로 굳어가고 있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직장인들은 상상한다. 재수 없는 상사의 면전에 멋지게 사표를 날리고 호기롭게 회사 문을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그 짜릿한 행복감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마저 살짝 올라갈 즈음, 아직도 수개월 남아 있는 자동차 할부금과 큰 맘 먹고 사들인 명품 가방 할부금, 기타 각종 세금 등등이 퍼뜩 떠오르면서 상상은 이내 초라한 현실 앞에 와장창 깨지기 일쑤다. 짧은 행복감에 대한 대가는 그런 식으로 서글픈 씁쓸함으로 되갚아지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허무맹랑한 꿈도 물론 아니다. 실제로 그 상상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이도 적지 않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준비된 실천’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대책 없이 감정적으로 사표를 던지고 이래저래 스타일 구기는 사람도 종종 보지 않던가? 더구나 누구 한 사람 말리는 이마저 없었다면 인생 헛 산 것 같은 비애감에 그 상처 또한 만만찮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그런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지 않더라도, 사직과 이직에 대한 막연한 낙관은 여러모로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지긋지긋한 회사와 일로부터 일단 해방되고 나면, 잃었던 자신을 되찾고 방전된 밧데리를 ‘만땅’으로 충전할 무렵 기다렸다는 듯 좋은 기회가 내 앞에 딱 떨어질 거라고 기대하는 건 너무 순진한 바람이게 마련이다. 세상이 내 맘 같지 않고 사회가 날 몰라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재정문제를 상담해주는 웹사이트 ‘암체어 밀리오네어’(www.armchairmill ionaire.com)는 최근, 조기 은퇴를 고려하는 40대 초반의 직장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퇴직 후 당신이 빈곤에 빠진다면 스트레스를 주던 예전의 직업이 다시 좋아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냉정한 말과 함께. 비록 지금 당신이 꿈꾸는 것이 ‘은퇴’가 아닌 일시적 ‘사직’에 불과할지라도 이 충고들은 여러 면에서 유효하다. 과중한 업무와 각종 스트레스 속에서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자유를 꿈꾸는 이들에게 일종의 체크 리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Check Point 1| 변화의 정도에 대해 현실적으로 판단하라
우리는 55세에 정년 퇴직하는 것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직장을 그만 두는 상황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는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한다. 괜찮은 직장을 포기한다는 것은 당신에게 생활의 모든 면에서 실제적인 긴축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집, 자동차, 오락비용 등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심지어 생활비가 싼 나라로 이민을 가야하는 상황에 몰리기도 한다. 따라서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 여러 가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Check Point 2| 새로운 삶의 모습을 준비하라
많은 사람들은 단지 직장에서 벗어나는 일에 급급해 퇴사 이후의 삶을 어떻게 채워나갈 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당신이 퇴직한 이후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생각해 놓아야 한다.
Check Point 3| 당신이 잃을 것에 대해 생각하라
직장과 일이 스트레스를 주었지만 아울러 많은 혜택도 주었을 것이다. 일은 지적인 도전을 가하고 주변에 사람을 머물게 한다. 또한 의료 및 연금 혜택을 줄 수 있었다. 당신은 이 갭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Check Point 4| 일을 배제하지 마라
당신이 과중한 스트레스를 주는 일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이보다 적은 스트레스를 주는 파트타임 일을 하는 것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 이 일을 한다고 해도 당신은 대부분의 시간을 당신을 위해 쓸 수 있을 것이다.
Check Point 5| 철저하게 계획하라
퇴직을 실행하기 전에 철저한 재정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당신이 퇴직 이후에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재정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라. 최소한 생활비, 투자수익, 인플레율, 심지어 남은 수명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직을 고려 중인 이들을 위한 조언 5가지
직장생활 6년 차 Y씨는 학교에 일찍 들어간 데다 휴학 한 번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한 케이스다. 따라서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연차에 비해 나이는 비교적 어린 편. 입사 후 줄곧 한 회사에 다닌 그녀는 요즘 ‘정신적 공황 상태’에 다다랐다고 성토한다. 2년 전 부서장이 바뀐 뒤 부서의 발전은 물론 자기 자신의 업무 역량도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하던가요? 이전에 모시던 부장님은 인간적으로는 좋아하기 힘든 성격이었지만 기본적으로 업무 능력에 대한 신뢰는 있었어요. 뭐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어떤 걸 먼저 처리하고 나중에 처리해야 하는지 판단이 정확했죠. 부서 사람들은 대체로 그분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분의 지시나 명령에는 일종의 권위 같은 것이 있었어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었죠. 지금의 상황은 솔직히 한심한 지경입니다. 현재의 부장님은 일의 경중이나 선후에 대한 판단이 흐리고 부정확해요. 일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지고 늘 생각이 딴 데 있는 분 같아요. 늘 분주하고 바빠 보이지만 정작 해야할 일은 늘 뒷전이고 급할 지경이 돼서야 부랴부랴 일을 추진하죠. 리더십이 없다보니 팀웍도 엉망이 됐습니다. 냉정하게 판단하건대 그분에게선 업무적으로 배울 점이 거의 없습니다. 다음 번 인사에서 부서 이동이 안된다면 휴직이나 이직을 적극적으로 실천해볼 생각이에요. 나이도 아직 부담이 없으니 외국에 한 일년 나갔다 올까 싶기도 하구요.”
많은 사람들이 이직하기를 희망한다. 이직을 원하는 이유는 각자 다 다르지만 대체로 몇 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보수나 복리 등 근로 여건에 대한 불만족, 회사의 경영난, 회사 분위기나 동료들과의 마찰,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 내용 등을 비롯해서 계약직의 경우 계약 만료 등의 이유가 이직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잦은 이직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한 직장에서 1년도 안돼 이직을 반복하는 ‘메뚜기족’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거나 성격이 원만하지 않다는 추측이 뒤따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직을 실행에 옮길 경우 면접관은 종종 전 직장을 그만 둔 이유를 묻는다. 이때 전 직장이나 직장 상사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는 일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분위기에 이끌려 험담을 늘어놓았다가는 새 직장에서도 분명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것이다. 이직은 이성적으로 충분히 고민해 본 뒤 실행에 옮겨야 하며 이때 다음과 같은 조언을 귀담아 두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Advice 1| 현재의 일이나 직장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떠나라
얼마나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는 본인과 회사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얼마나 흥미를 느끼느냐에 따라 의욕적인 직장생활 여부가 가려진다. 현재의 일이나 회사에 흥미가 없다면 오래 가기 어렵다.
Advice 2| 회사에 다니면서 이직을 준비하라
감정적으로 사표를 쓰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 이직을 희망한다면 회사에 다니면서 차근차근 이직을 준비해야 한다. 휴식을 갖는 것도 여러 면에서 좋은 점이 있지만 사직과 이직이 공백 없이 이어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안전하다.
Advice 3| 경력자가 아니라면 이직은 위험하다
자기 분야에서 최소한 3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뒤에라야 유리한 조건으로 이직을 성사시킬 수 있다. 어중간한 경력자의 경우 경쟁력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 회사를 옮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조건으로 옮기느냐가 어쩌면 더욱 중요하다.
Advice 4| 마지막 순간까지 발설하지 말라
연애 고수는 평소 늘 싱글을 자처한다. 짝이 있는지 없는지 알쏭달쏭 여지를 남기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다. 이직도 마찬가지다. 동네방네 이직 사실을 소문내는 사람은 경솔함 그 자체다. 더구나 이직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면 더더욱. 이직에 혹 차질이 생겼을 때 현재의 직장에서 얼굴 붉힐 일 만들고 싶지 않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입에 자물쇠를 채울 것.
Advice 5| 유종의 미를 보여주고 떠날 것
떠날 때는 최대한 전직장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일처리를 마무리짓고 나오는 것이 보기 좋다. 세상은 돌고 돈다. 더구나 전직 하지 않고 같은 직종에 머무르는 한 어제의 동료는 내일 또 어디선가 만날 수 있다.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글 / 박연정 기자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