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외갓집에 갔다가 돌아오기로 한 날, 하루 더 놀다 오겠다는 너에게 아빤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그만하면 놀만큼 놀았고, 탈이 생긴 눈도 치료를 해야 하는데 앞뒤 생각 없이 놀려고만 드는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핀잔을 주어도 넌 여전히 막무가내였고, 주위 사람들도 눈이 아프면 병원에 데려갈 테니 그냥 두라고 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난 네 엄마와 둘이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런데 너를 두고 집으로 가는 길이 왜 그리 허전하던지…….
그래! 사실 눈병은 핑계였어.
너를 두고 오기가 아빤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거다.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너를 남겨 둔다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거다.
수행을 한다는 아빠가 수행의 기본도 되어 있지 못하다는 걸 느끼자 아빤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니라도 너를 돌볼 사람은 있는 건데, 너를 돌보는 건 아빠가 아니라 너를 만든 이 땅과 이 하늘인데, 아빤 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을까.
그래! 진정으로 너를 돌본다는 것은 너와 함께 있는 것만은 아닐 거다. 진정 너를 위하는 건 아빠 스스로 좁고 어리석은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고 자각하는 일이다. (1999. 9.)
외갓집에 갔다가 돌아오기로 한 날, 하루 더 놀다 오겠다는 너에게 아빤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그만하면 놀만큼 놀았고, 탈이 생긴 눈도 치료를 해야 하는데 앞뒤 생각 없이 놀려고만 드는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핀잔을 주어도 넌 여전히 막무가내였고, 주위 사람들도 눈이 아프면 병원에 데려갈 테니 그냥 두라고 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난 네 엄마와 둘이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런데 너를 두고 집으로 가는 길이 왜 그리 허전하던지…….
그래! 사실 눈병은 핑계였어.
너를 두고 오기가 아빤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거다.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너를 남겨 둔다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거다.
수행을 한다는 아빠가 수행의 기본도 되어 있지 못하다는 걸 느끼자 아빤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니라도 너를 돌볼 사람은 있는 건데, 너를 돌보는 건 아빠가 아니라 너를 만든 이 땅과 이 하늘인데, 아빤 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을까.
그래! 진정으로 너를 돌본다는 것은 너와 함께 있는 것만은 아닐 거다. 진정 너를 위하는 건 아빠 스스로 좁고 어리석은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고 자각하는 일이다. (1999. 9.)
수정 같은 네 눈을 들여다보면
아직은 세속에 물들지 않아
맑디맑아
삶에 찌든
내 몸과 마음
어느새
정한수에 씻긴 듯
정갈해진다
*출처:[내 안에 등불을 든 아이]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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