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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끝내 'KBS 메달'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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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규의 미디어워치] 한국 선수들의 그 빛나는 메달들을 모욕 말라
백병규 (peacebkb)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집무실에서 베이징 올림픽 수영 400미터 자유형 결승에 진출한 박태환 선수의 경기 중계방송을 지켜보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빛나는 메달들이다. 한판승의 사나이 최민호의 메달은 아무래도 한과 눈물로 빚은 메달인 듯 싶다. 어느 별에서 내린 낭자들일까. 거침없는 논스톱 슈터 주현정, 사려깊은 윤옥희, 그리고 믿음직한 파이널슈터 박성현. 천둥과 번개, 거센 돌풍에도 그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신기에 가까운 집중력으로 상대의 추격을 뿌리쳤다. 그들의 말처럼 그들은 경기 내내 자신과의 '대화'에 몰두했다. 그들이 세운 세계기록 231점은 금빛보다 더 빛났다.
마린보이 박태환의 역영 또한 거침이 없었다. 간발의 승부였지만, 뒷심이 든든한 그의 힘찬 역영은 완벽한 승리를 그에게 선사했다. 그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명쾌한 금메달이었다.
아쉽기는 했지만, 53㎏급 역도에서 은메달을 딴 윤진희는 또 어떤가. 인상에서 2·3차 시기를 아깝게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용상 3차 시기를 모두 성공하면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아쉬움이 남는 메달 색깔이었지만 그녀는 환한 미소를 보였다. 당당하게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만족감일 것이다. 평균 연령 33살의 한국 여자핸드볼팀이 보여준 빛나는 투혼은 또 어떤가. 비단 우리 선수뿐만이 아니다.
메달의 기쁨을 맛보는 선수들의 환호는 물론 그렇지 못한 아쉬움까지도 빛나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우리가 올림픽 경기에 그렇게 몰입하게 되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이리라. 한국 선수들의 선전에 우리는 열광하지만, 사실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펼쳐 보이는, 최선을 다하는,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경연 그 자체일 것이다. 우리는 패배 또한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올림픽 경기와 선수들을 통해 새삼 체감한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 이틀째 한국은 이들의 빛나는 메달로 당당히 종합순위 2위를 기록했다. 이 순위가 계속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들 메달의 빛깔과 그 내용을 보면 이 나라 미래세대의 저력과 그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들에게선 그늘이 없는, 거침없는 당당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쿨한 산뜻함과 다감한 따뜻함이 공존한다. 지구촌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만한 정신적·문화적 자산들이다.
빛나는 올림픽 메달 모욕하는 '공영방송 장악 메달'
그런데, 정작 이 나라의 기상은 지금 잔뜩 흐리기만 하다. 이들의 빛나는 메달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태들이 그래선지 더 그악스럽기도 하고, 초라하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KBS 장악'이라는 허들경기의 최종 골인 지점을 마침내 통과했다. 그는 기어이 KBS라는 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마지막 선을 넘었다.
넘은 게 아니다. 그는 무너트리면서 돌파했다. 처음부터 허들을 넘을 생각은 없었다. 장애물이란 장애물은 모두 짓밟고, 걷어차면서 내달았다. 이제는 KBS라는 전리품을 목에 거는 일만 남았다.
이 전리품을 챙기기 위해 무엇을 대가로 치렀던가. 검찰과 감사원·국세청·대학·KBS 이사회 등 국가기구들은 권력의 장식품으로 전락했다. 법치의 근간이 무너졌다. 민주주의 장치들은 허울만 남게 됐다. 그러나 전혀 괘념치 않는다. 되레 이들 장식품들 역시 부수적인 전리품 취급하고 있다.
정연주 사장 해임 강행으로 상징되는 이 정권의 방송 장악 기도는 거의 편집증적이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된 것이 마치 방송 탓인 양 맹신하고 있는 듯하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라는 최시중 방통위원장부터 그랬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인 것은 정연주 KBS 사장의 탓이 크다는 것이고. 촛불의 거센 반발은 당연히 "광우병 괴담을 증폭시킨 MBC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10년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적폐 때문"이다.
그렇고 보면 이명박 정권은 매사가 다 남탓이다. 성남 촛불 민심도 언론 탓이고, 지지율 급락도 언론 탓이다. 대북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지난 정권 탓이고, 미국산 쇠고기 파문 역시 따지고 보면 노무현 정권 설거지하다가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747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은 악화된 대외 경제여건 탓이고, 그의 핵심 공약인 대운하사업을 사실상 포기한 것 역시 내심으론 '언론 탓'이라며 불만이 클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은 모든 권력기관을 사유화하고, 법치의 근간을 허물고 상식을 뒤엎으면서도 '정상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정연주 사장을 억지스럽게 해임하면서 코드인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강변한다. 공기업 기관장들을 모두 코드인사로 채우고, 대통령후보 특보 출신을 YTN 사장으로 앉히면서 '코드인사 정상화'를 말하는 것은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저지 경고파업' 집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조선-중앙-동아일보(조중동)를 규탄하는 연극을 하고 있다.
ⓒ 권우성
환호작약하기엔 이르다
이 대통령이 11일 정연주 KBS 사장 해임안에 서명하면서 한 말만 해도 그렇다. 이 대통령은 "KBS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간단한 코멘트다. 검찰과 국세청·감사원·대학·KBS 이사회 등을 총동원하고, 숱한 법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국가기간방송의 사장을 갈아치우면서 한 언급치고는 너무 성의가 없다.
최소한 무엇이 문제였으며, 그동안의 논란에 대해 대통령으로서는 어떻게 생각하며, 대통령이 정 사장 해임안에 결국 서명한 것은 왜 그런지, 그리고 KBS가 변해야 한다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정도라도 이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사안이 아닐까.
대신 나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은 말 그대로 '공자말씀'이다. "방만한 경영상태를 해소하고, 공영성을 회복해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공영방송이니,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고도 했다. 법치의 근간까지 흔들며 무리하게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적 지적 같은 것은 전혀 괘념치 않겠다는 반응이다. 도대체 말의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이 거짓이든, 자기확신이든 그 징후는 심각하다.
아무래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일 게다. 모든 권력기관은 물론 국회까지 손에 넣었고, 앞으로 3·4년은 이대로 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하든 자신들과 공동운명체가 된 거대 언론들이 포진하고 있고 지지 세력은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결국 10~20%가 이끄는 대로 간다"는 맹신도 있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은 드디어 KBS를 손에 넣었다고 환호작약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손에 넣었다고 판단한 순간 그것은 권력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아니면 손에 넣고 있어 보았자 두고두고 정치적 부담만 키울 계륵 같은 존재가 되기 십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은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는 '지워버린 10년'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지우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지우려하면 할수록 역사의 저항도 그만큼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정권 사람들은 앞으로 5년 내내 역사에 대한 기본을 공부하는 시기가 될 것 같다. 시민들로서도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어쩔 수 없게 됐다. 올림픽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반칙도 한두번이다. 자꾸 하면 퇴장밖에는 달리 길이 없다. 역사는 그것을 수도 없이 증명하고 있다.
2008.08.11 15:05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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