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5

130926_평면TV가 호텔 숙박권으로 바뀐 사연

평면TV가 호텔 숙박권으로 바뀐 사연


비록 거래가 성사되진 못했지만, 그 뒤 액티브가 고객을 개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괄목할 만했다. 액티브는 호텔의 빈방도 팔아주고, 항공사의 빈 좌석이나 자동차회사의 남는 차를 팔아주는 등 재고 때문에 문제가 있는 업체라면 가리지 않고 고객을 확장했다. 

예를 들어 이 회사는 초박형 평면TV의 신제품 기술경쟁으로 악성재고가 될 뻔했던 한 전자회사의 평면TV 재고를 말끔하게 해결해 줬다. 어느 호텔이 리노베이션하는 것을 알고는 그 전자회사의 재고 TV를 연결해준 것이다. 호텔에 투숙한 고객들은 화질만 좋으면 만족하지 다른 최신기능에는 그다지 민감하지 않으므로 최신모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편 전자회사는 기존 유통업체에 판매하면 상당한 할인을 감수해야 할 철 지난 모델을 제값을 받고 파는 대신에, 대금 절반은 현금, 나머지 절반은 호텔 숙박권으로 받았다. 호텔 입장에서는 품질 좋은 TV를 구매하고, 대금 절반은 어차피 팔지 못하면 사라질 빈방으로 지불할 수 있으니 양쪽 모두 이익이다. 액티브는 또 전자회사가 호텔에서 받은 숙박권을 다시 여행사로 연결해줘 또다른 거래의 촉매 역할을 했다. 이렇게 이 거래를 성사시킨 액티브는 물론 전자회사, 호텔, 여행사 등 참여자 모두가 이 거래의 혜택을 입었다. 


한 국내 자동차회사가 신모델 도입으로 미국시장에서 뜻하지 않게 재고가 늘어나자, 액티브는 위와 비슷한 방법으로 렌터카업체와 연결해줬다. 렌터카 고객은 원하는 크기의 자동차를 좋은 가격으로 빌리기만 하면 만족한다. 따라서 자동차회사로서는 색상이 안 맞아서 발생한 재고나 한철 지난 구모델을 처리하기에 렌터카업체가 좋은 고객이다. 이 자동차회사는 재고 자동차를 팔되 정상판매가의 절반만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절반은 렌터카 이용권으로 받았다. 렌터카업체 역시 품질 좋은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렌터카 이용권도 판매하게 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게 됐다. 물론 이 렌터카 이용권 역시 액티브의 주선으로 여행사를 통해 거래됐다. 

이렇게 자동차회사가 렌터카업체, 그리고 여행사와 물물교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이 전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액티브처럼 서로 필요한 기업을 찾아서 연결해주며 그 속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MIT 경영대학원의 리처드 슈말렌지 교수는 ‘촉매기업’이라고 불렀는데, 액티브의 이런 모습을 보면 촉매기업 중의 촉매기업, 또는 초(hyper)촉매기업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과거에는 많은 업체들이 재무적 관점에서만 재고 처분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유통질서와 브랜드에의 파급효과를 같이 생각하는 시대가 됐다. 고객의 요구가 그만큼 까다로워진 것이다. 액티브는 이러한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기존 고객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고 그 거래처들을 네트워크로 묶어내며 새로운 변신에 성공했다. 

지금도 액티브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는 가치사슬의 일부도 직접 담당한다. 여행사를 세워서 물물교환에서 생긴 숙박권, 항공권, 렌터카 이용권을 직접 기존의 고객사에 팔기도 하고, 제품 재고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물류회사에도 진출하고 있다. 이렇듯 별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다양한 니즈의 고객들까지 연결시켜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촉매기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 새로운 시장,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하지만 새로움은 새로운 곳에 없다.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세상에 없는 것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세상에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출처 : [적의 칼로 싸워라: 남다른 가치를 만드는 차별화경영 24]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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