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0

020727_아버지와 나



토요일 오후.
홀로 노래를 듣다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언제는 글을 읽다 눈물을 흘리고,
오늘은 노래를 듣다 눈물을 흘린다.

처음 듣는 노래도 아니지만
오늘따라 마음에 구구절절이 와 닿는 가사내용은 나의 아버지를 머리속에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와 나 Part I - 넥스트------

아주 오래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 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 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나르는 새처럼 살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 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 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받고, 돈 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 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만에 골목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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